10월 복기
동남풍은 실존한다
텔레그램 채널에 쓰자니 길어서 간만에 블로그에 글을 한 편 썼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놈의 일기이니 재미로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시 ‘동남풍이 분다’ 텔레그램 채널을 모르신다면👇
https://t.me/eastsouthwind
1. 들어가기에 앞서
각자 투자 방식이 워낙 다르니, 먼저 제 투자 방식을 디스클레이머처럼 밝히고 시작하겠습니다.
a. 크립토는 아직까지 규모에 비해 매우 비효율적인 시장이기에 주식이라면 주어지지 않았을 법한 기회들이 여전히 존재함. 따라서, 해외 트위터 위주로 계속 팔로업하면서 주류가 아닌 알트코인에 미리 베팅하고자 함
b. 선물 거래, 롤러코스터 타기 등 낮은 확률이라도 청산의 위험이 있다면 절대 하지 않음
c) 홍대병 있어서 남들이 좋다고 하면 멀리 하는 편이고, 게을러서 고레버리지 선물 포지션이나 PumpFun, MoonShot을 하루종일 모니터링할 자신 없음
d) 고급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라 극초반에 들어가서 100배를 노리기 보다는 비주류 내러티브가 주류 내러티브가 되면서 나오는 10배를 선호
2. 짧은 근황 업데이트
3월 말에 전 직장을 퇴사하고 썼던 출사표(出社表) 글을 시작으로 블로그를 활발하게 운영해보려고 했는데, 한동안 마지막 글이 되었습니다. 글 쓰기 귀찮았던 점이 가장 컸지만,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작지 않았습니다. 텔레그램 채널을 이미 아무 목적 없는 일기장으로 삼고 있는 판에 블로그에 주저리주저리 쓸만큼의 이야깃거리도 딱히 없었구요.
시간은 지났으나 전반적으로 3월 글에서 밝혔던 뷰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동남풍은 분다.”
오히려 최근 등장한 AI 에이전트 테마가 새로운 내러티브가 부재했던 이번 사이클의 신선한 재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더욱 불리쉬해졌습니다.
그래도 짧게 지난 반년 간의 투자 기록을 되돌아보자면, 4월에는 퇴사 한 달도 안되어 큰 돈을 벌었다가 6월까지 죄다 뱉어냈습니다. 최고점을 복구해야겠다는 감정이 앞서 떨어지는 칼날을 잡으려는 시도를 지나치게 많이 했습니다. 이미 수년간 여러번 겪었던 일이어서 머리로는 하면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멍청하게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더군요. 7월에는 다시 하이퍼리퀴드 생태계 붐으로 재미를 좀 봤다가 이마저도 믿음의 홀딩으로 모두 뱉어냈죠. 그리고 10월이 되었습니다.
3. 10월 복기
3-1. 시간 순
1) 공격적인 밈코인 투자 결정
9월까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포인트를 얻기 위해 눈물의 하이퍼리퀴드 Spot 토큰 홀딩에 집중했습니다. 10월이 되면서 하이퍼리퀴드 포인트 프로그램이 끝났기 때문에 어떻게 포지션을 잡을지 고민했습니다. a) 곧 다가올 미국 대선에 대한 기대감, b) Uptober에 대한 시장 심리 반전, c) 반감기 사이클이 시작될 것이라는 추측, 이 3가지 빈약한 이유로 매우 공격적인 포지션을 잡고자 마음 먹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SPX6900을 여름 내내 보고도 소액도 태우지 않았다는 FOMO도 작용했었죠.
일단 저는 텔레그램 채널에서 몇 차례 밝혔듯, 이번 사이클은 지표가 좋은 극소수의 우량 프로젝트들과 아무런 가치가 없는 밈코인으로 시장이 양극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탈중앙화 어쩌구 영지식 저쩌구 거리면서 아무도 안 쓰는데 주주 환원도 없는 일반 알트코인들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봅니다. 하루에 2만원도 못 버는 프로토콜이 탈중앙화 DA 레이어랍시고 베스팅 물량이 1조원 넘게 풀리는 것이 말이 되나요?
이야기가 조금 샜는데 그래서 결론은 밈코인만 보고 있습니다. 제 기준 최고의 우량 프로젝트 하이퍼리퀴드는 수확만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2) BSC 밈코인에 탑승하다
먼저 탐색했던 것은 제가 상반기에 가장 열심히 팠던 솔라나와 베이스였지만, 10월 초에 유행했던 밈코인들에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습니다. 상반기의 솔라나 Wif, Bome, Slerp, Mew, 그리고 베이스 Brett, Higher, Keycat 같은 광기가 느껴지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네요. 외부 유동성이 계속 유입돼서 괜찮은 친구 아무거나 잡으면 되는 PvE 시장이 아니라 누가 먼저 팔고 빠져나가나 눈치게임만 반복되는 PvP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다른 체인이 뭐가 있을까 싶어서 찾아보다가 9월 바이낸스의 BABYDOGE 상장 소식을 떠올리고 '다시 불장이 오면 과연 바이낸스가 BSC를 유기할까?'라는 이유로 BSC 밈코인 CHEEMS와 CAT에 베팅했습니다. 10월에 결국 미루고 미루던 CAT을 상장했으니 절반의 성공이라고 봐도 되겠네요.
3) AI 밈코인에 베팅하다
GOAT를 처음 봤을 때는 아마 토큰이 나온지 얼마 안 됐던 주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대충 스토리를 찾아보고는 ‘사람이 AI인 척하고 사기 치네ㅋㅋ’하고 무시하고 넘어갔었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오르니 이 녀석의 실체를 까발리겠다는 마음으로 나름대로의 조사를 하고 오히려 매료되어서 작지 않은 크기로 베팅했습니다.
Truth Terminal이 사실은 사람이라는 FUD로 인해 500M에서 150M까지 곤두박질 친 후 순식간에 하락폭을 모두 말아올렸을 때는 AI 밈코인이 2020년 디파이 서머에 준하는 내러티브가 될 수 있겠다고 판단하고 관련된 베타인 FART, SHEGEN 등에도 베팅을 시작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초기에 놓친 해외 인플루언서들의 감정 실린 공격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웃기게도 당시에 ‘Truth Terminal이 진짜라고 믿다니 멍청하다’고 비아냥거리던 인플루언서들 중 상당수가 최근에는 ‘AI 에이전트가 블록체인의 미래인 이유’라는 식으로 떠들어대고 있죠.
FART와 SHEGEN 선택에 대해서 좀 더 첨언하자면, 분명 더 우수한 AI 밈코인이 추후에 나올 수는 있겠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Truth Terminal과 GOAT에 열광하는 것이지 ‘AI 에이전트’ 자체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a) Truth Terminal 계정의 팔로워 증가세가 모든 경쟁자를 상회했고, b) 근본적으로 인간이 AI에 우호적일 리 없으며, c) 결국 다른 베타 코인들은 초기에 놓친 사람들의 FOMO가 연료가 되는 짧은 유통기한의 밈코인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이로 인해서 Truth Terminal과 직접적으로 연관성이 있는 FART와 SHEGEN을 선택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LUNA와 VIRTUAL을 보고도 무시하는 희대의 실수를 저질렀다는 점입니다. Virtual 파운더가 하이퍼리퀴드의 팬이라 싱가포르에서 꽤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은 프로젝트인 것을 알고 있었고, 심지어 AI 밈 테마가 시작하기 전에 토큰을 홀딩하고 있었음에도 오히려 모두 처분해버리는 미친 짓을 저질렀습니다. 2D 미소녀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는지, 이름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는지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고 괴로울 뿐입니다.
4) 연어처럼 하이퍼리퀴드에 돌아오다
하이퍼리퀴드는 제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기에 언제나 제 안전자산은 PURR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10월 중순부터 하이퍼리퀴드 해외 커뮤니티에서 EVM과 TGE 이후 유입될 유동성에 대한 프런트러닝 움직임을 감지했으나, 안타깝게도 저는 초기에 들어가지는 못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LP AMM 기반인 타 체인의 밈코인과 달리, 하이퍼리퀴드 Spot 밈코인은 오더북 기반이기에 가격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더라도 매도물량을 소화할만한 매수 주문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PURR과 HFUN을 제외한 대부분의 밈코인은 슬리피지가 지나치게 커서 10K가 넘어가는 시장가 매도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다행히 HFUN과 CATBAL, ATEHUN 등의 밈코인에서 큰 조정이 나왔을 때 작지 않은 사이즈로 들어가는데 성공했습니다. HFUN은 하이퍼리퀴드 생태계의 만능 텔레그램 봇인지라 밈코인으로 분류하기는 살짝 애매하지만요. 놀랍게도 Banana Gun, Pump.fun, AI 에이전트 기능을 모두 탑재하고 있습니다. 하이퍼리퀴드 생태계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커뮤니티에서 만든 HypurrCollective 사이트(링크)를 참고해주세요.
3-2. 잘한 점
1) 수익률에 연연하지 않고 확신에 따라 사이즈 실어서 베팅한 것
2) BSC, 하이퍼리퀴드 생태계 비교적 초반에 진입한 것
3) Truth Terminal 본가 이외 AI 밈코인 모두 무시한 것
4) 가격 변동성 심해도 thesis 변동 없으면 홀딩하고 조정에 더 담은 것
3-3. 못한 점
1) 떠먹여줬는데도 SPX6900 하나도 못 먹은 것
2) 밈코인이라 결국 운의 영역이 강한데 매수/매도 과정에서 원칙이 전혀 없었던 것
3) 내러티브와 기반 생태계가 다른데도 Virtual과 Luna를 이유 없이 무시했던 것
4) 욕심 못 버리고 계속 밈코인으로만 몰빵 유지 중인 것
4. 향후 계획
11월 1일 기준, 현재 포트폴리오는 BSC 40 / 솔라나 40 / 하이퍼리퀴드 20, 100% 밈코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번외로, '에어드랍은 NFT 바닥가만큼 주겠지'라는 심정으로 베라체인 NFT 하나를 안전자산으로 샀습니다.
건강이 안 좋아져서 마지막 주는 거의 시장 대응을 못했으나, 건강에 이상이 없었더라도 지금 포지션 그대로 홀딩했을 것입니다. AI 밈코인의 변동성이 매우 심하지만 앞서 밝혔듯 한철 내러티브로 끝날 소재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못했던 점으로 언급했던 ‘매수/매도 과정에서의 원칙을 세우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는 아직 고민 중입니다.
대략적인 엑싯 플랜은 다음과 같이 세우고 있습니다.
1) 트럼프 패배 시, 민주당의 Operation Choke Point 3.0으로 인해 불장 없다고 보고 완전히 엑싯
2) 트럼프 승리 시, 약속된 황금 불장이 온다고 판단하고 하이퍼리퀴드 주축으로 이번 사이클에 가장 퍼포먼스 좋을 자산 매집에 주력할 것.
서클의 나스닥 상장, 또는 코인베이스 앱 랭킹 1위 기록 시 시장 열기가 최고조라고 판단하고 엑싯할 예정
(참고로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은 21년 4월이었습니다.)
쓸데없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성투하세요!



